현재 대한민국의 중소기업과 제조업계는 고금리와 내수 침체 등 복합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보금자리이자 생산 거점이 되어야 할 지식산업센터(KIC) 시장마저 '대출 절벽'에 가로막히며 제조업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습니다.
사무실과 공장 확장을 위해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은 실수요 기업들이 입주 시점에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거나 연쇄 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1. 70%에서 40% 이하로 반토막 난 대출 한도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부동산 호황기에 대거 분양되었던 지식산업센터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분양 당시만 해도 금융권에서는 분양가의 70% 이상까지 잔금 대출을 내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대출 한도 대폭 축소: 금융권이 올해 들어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대출 한도를 40% 이하로 대폭 줄였으며,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는 아예 대출을 중단했습니다.
실수요자 자금난: 직원 증가로 사무실 확장을 위해 10개 호실을 분양받은 한 기업의 사례를 보면, 당초 현금 5억 원만 준비하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출 한도가 깎이면서 현금 12억 원이 필요해진 상황에 처했습니다.
연쇄 도산 우려: 잔금을 내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줄줄이 입주를 미루거나 포기함에 따라, 자금이 묶인 시행사와 시공사까지 자금난을 겪으며 연쇄 도산 위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2. 공실률 증가와 경매 급증의 악순환
은행들이 갑작스럽게 대출 문을 걸어 잠근 표면적인 이유는 시장의 침체와 담보가치 하락입니다.
높은 공실률: 한국산업단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전국 1,066곳의 지식산업센터 중 약 40%가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담보가치 하락: 공실이 급증하면서 감정평가액이 낮아졌고, 은행은 이를 근거로 대출 한도를 대폭 줄였습니다.
경매 물건 급증: 자금을 융통하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속출하면서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올해 8월까지 경매에 나온 수도권 지식산업센터는 총 1,529건으로, 이는 지난해 전체 건수(1,229건)를 이미 24%나 넘어선 수치입니다. (참고로 2022년은 315건, 2023년은 562건에 불과했습니다.)
3. 은행의 이중적 태도와 정책적 모순
현장에서는 금융당국과 은행, 그리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의 태도 돌변: 수분양자들은 은행이 분양 당시 중도금 대출 영업에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서, 정작 입주 시기가 되자 잔금 대출을 막아버린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간접적인 압박을 우려해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자족도시 기능 마비 우려: 정부는 수도권 2기 신도시 등에서 베드타운화를 막고 자족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식산업센터 개발을 장려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와 수분양자들의 피해를 외면하는 것은 이러한 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4. 옥석 가리기를 통한 현실적 대안 필요성
전문가들은 일괄적인 대출 규제가 아닌, 실물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교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미 사업 승인을 받고 분양까지 끝난 현장에 대한 일괄적인 대출 규제는 과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투기 목적이 아닌, 실제 공장 가동과 사무실 운영을 위해 분양받은 실수요 기업에 대해서는 담보가치와 신용평가를 병행하여 정책적인 금융 지원을 열어두는 선별적 심사가 시급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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