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세청 업무보고에서 국세 체납관리단 규모를 2,0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는 소식은 조세 정의 실현과 세수 확보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성남시 및 경기도의 체납관리단 운영 사례를 들어 인건비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와 고용 창출 효과를 강조한 대통령의 발언에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체납 분야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일선 국세 공무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한 인력 확충만으로는 고질적인 고액 체납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시스템 개선과 근본적인 과세 체계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1. 체납 문제의 본질: '고액 체납자'의 복잡한 실체
대통령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단순한 연락으로 납부가 가능한 '잊었거나 몰랐던' 체납자도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체납 실적은 악성 고액 체납자들이 좌우합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의 실체는 단순히 경제적 무능력자에 그치지 않으며, 해결이 매우 복잡합니다.
명의대여를 활용한 조직적 범죄 연루: 고액 체납자 중 상당수는 인터넷 도박, 자료상 등 조직적인 범죄 자금에 연루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실제 사업자가 아닌 경제적 무능력자나 취약계층의 명의를 빌린(명의대여자) 사람들입니다.
실사업자 추적의 한계: 명의대여자는 조직의 압력 등으로 인해 국세청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들은 조직적으로 얽혀 있어 과세 단계에서 실사업자를 밝혀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명의대여자에게 아무리 압박을 가해도 실제로 납부할 자금은 그들에게 없으므로 징수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결책 제언: 징수 단계가 아닌 과세 단계부터 명의대여 여부를 엄밀히 검증하고, 조사 수행 단계에서부터 그 조직 자체를 밝히기 위한 치밀한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과세의 정확성을 높여야 징수의 효율성도 따라옵니다.
2. 고액 체납자의 '버티기' 전략과 행정력 소모
고액 체납자들은 재산을 은닉하는 데 능숙할 뿐만 아니라, 징수를 회피하기 위한 법적 대응에도 적극적입니다.
장기간 분쟁으로 인한 징수 지연: 이들 중 상당수는 체납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행정소송, 심판 청구 등 장기간이 소요되는 분쟁을 제기합니다. 이 기간 동안 국세청은 즉각적인 강제 징수나 행정처분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징수 인력의 비효율적 투입: 결국 체납 실적은 이들 고액 체납자들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관건인데, 이들을 상대하는 데 징수 인력과 행정력이 장기간 소모되어 단기간 내 인력 확충만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3. 인력 확충보다 '스마트한' 시스템 개선이 우선
체납관리단을 대규모로 늘리는 것보다, 현장의 비효율성을 해소할 시스템 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장 방문의 낮은 효용성: 현재 체납자 중 다수는 이미 폐업했거나 소재지를 떠난 경우가 많습니다. 인력이 찾아간다 해도 체납자가 소재지에 거주할 확률이 낮아 현장 방문 자체가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빅데이터 활용 고도화 시급: 현재 국세청이 보유한 빅데이터는 기존의 단편적인 데이터를 갖다 붙이는 수준이라 실질적인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체납자, 그 가족 등의 소셜 미디어 활동, 카드 사용 내역, 부동산 거래 기록 등 다양한 정보를 연계하는 첨단 시스템을 구축하여 실제 소재지, 근거지, 호화 생활의 단서를 포착하는 것이 인력 투입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4. 준비 없는 인력 확충은 세금 낭비로 전락
대통령의 지시로 갑작스럽게 3,000~4,000명 규모의 인력을 증원할 경우, 충분한 교육과 관리 체계 없이 현장에 투입되어 조직에 혼란만 가중하고 세금 낭비로 전락할 위험이 큽니다.
체납관리 업무는 단순히 연락하고 방문하는 것을 넘어, 체납자의 재산을 파악하고 법적 절차를 집행하는 전문성과 노하우를 요구합니다. 효율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명확한 관리 시스템이 확립된 후, 단계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조세 정의 실현과 세수 확보라는 두 마리 목표를 달성하는 현명한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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