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국세청 하반기 승진 축소 기조와 정상화라는 표현을 보며 의구심이 듭니다.
국세청은 국가의 세입을 책임지는 핵심기관입니다. 그러나 그 중요한 역할에 비해 조직 내부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외부에서 보는 국세청은 권력기관이자 국민 불만이 가장 강하게 집중되는 곳 중 하나입니다.
실질적으로 국세공무원으로서 겪는 민원은 과격하고, 현장 압박은 높고, 감찰·감사·징계 가능성도 상시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우는 다른 행정직군 대비 뛰어나지 않으며 업무 강도에 비해 보상 체계가 과연 정당한가 의문이 남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승진조차 늦고, 정책 방향까지 속도 조절이 맞다는 식의 기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게 조직을 위한 현명한 판단일까요?
현장에서는 이미 인력 소진이 시작되고 있다
국세청은 늘 인력난을 호소합니다. 5년 내 젊은 신규직원들이 견디지 못하고 나가는 비율이 그 어느
공무원 조직보다도 높습니다. 그러나 조직 내부 인재가 왜 빠져나가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은 외면합니다. 현장 직원들은 다음과 같은 현실을 말합니다.
-
민원 강도는 여타 기관과 비교 불가
-
업무 범위는 점점 확대
-
리스크는 개인이 부담
-
작은 실수도 감찰·징계 리스크
-
야근·출장·기한 압박은 상시
-
그럼에도 승진과 보상은 더뎌짐
즉, 책임은 크고 보상은 작고 미래 전망은 불확실한 구조입니다. 이 상황에서 승진만 더 늦춘다는 방침은 실무직원들의 일말의 사기까지 꺾는 잔인한 처사입니다.
승진을 “당겨 썼다”는 시각의 문제
이번 정책 발표는 사실상 이렇게 들립니다.
“상반기에 많이 승진시켰으니 하반기는 줄인다. 앞으로는 조절하겠다.” 문제는 그것이 조직 구성원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입니다. 국세청 직원들이 기대하는 것은 “승진 속도로 경쟁하겠다”가 아닙니다. 인사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은 중요합니다. 그동안 승진이 너무 빨랐다란 기사가 나오던데 타부처 대비해선 헛웃음이 나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조직의 핵심 성과는 제도적 신뢰에서 나옵니다. 승진시기마다 인원이 늘쑥날쑥하면 내부 신뢰는 약해지고, 직무 몰입도는 떨어집니다.
세입기관이 흔들리면 국가는 흔들린다
국세청은 세금을 걷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세입이 흔들리면 복지·치안·국방·교육 모든 국가기능이 흔들립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소진되고, 떠나고, 기강이 느슨해지고, 회의감에 빠진다면 그 피해는 국민 전체로 돌아갑니다. 행정조직이 건강해야 국가가 건강합니다. 세입 조직의 피로도를 외면하면 결국 국가 운영의 기초 체력이 약화됩니다.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정책 방향을 정하는 사람과 현장에서 세금과 민원을 받는 사람은 다릅니다.
승진 구조를 설계하는 위쪽은 민원 현장의 현실을 직접 경험하지 않습니다. 책임은 아래로, 부담은 현장으로, 정책의 명분은 위로 향합니다.
공직사회에서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조직 신뢰는 사라지고, 능력 있는 인재들은 떠납니다.
국세청이라는 조직은 국민이 가장 가까이 마주치는 국가의 얼굴입니다.
그러나 그 얼굴을 지키는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과 존중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누가 국가의 세입을 책임지려 하겠습니까.
국세청 인사정책, 진정한 정상화가 필요하다
진정한 정상화란, 현장과 정책의 괴리를 줄이고 명확하고 공정한 인사체계를 구축하고 업무 강도에 걸맞은 보상과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우와 예측 가능한 경력경로 속에서 전문성과 사명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 국가 운영도 튼튼히 유지됩니다.
국세청이 진짜 정상화를 원한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조절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사기 회복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