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가 '간부 모시는 날'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익명 피해 신고센터'를 개소했다는 소식은 공직 사회의 오래된 불합리한 문화를 개선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2025년 11월 21일부터 전자인사관리시스템(e-사람)을 통해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들의 익명 신고 접수가 시작되었으며, 제3자의 제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이 더욱 기대됩니다.
오랫동안 곪아온 '간부 모시는 날'의 폐해
'간부 모시는 날'은 공무원들이 순번을 정해 상급자에게 사비로 식사를 대접하던 관행으로, 특히 국세청 등 일부 기관에 만연했던 대표적인 구시대의 문화였습니다. 물론, 훌륭한 관리자들은 개인 운영비나 사비를 들여 직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소통의 장을 만들기도 했지만, 일부 몰상식한 상급자들에게 이 시간은 마치 '반찬 투정과 상식 이하의 꼬투리를 잡는 날'로 변질되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사비를 강제적으로 지출하게 하고, 심지어 식사 자리에서까지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유발했던 이 관행은 많은 공무원의 자긍심을 저해하고 비합리적인 근무 문화를 고착화시키는 주범이었습니다.
신고센터 개소, 공직문화 개선의 청신호
이번 익명 신고센터 개설 및 '파면·해임'에 이르는 엄중 징계 계획은 이러한 폐해를 근절하겠다는 인사혁신처의 단호한 메시지입니다. 신고자의 신원을 철저히 비밀로 보장하며 구체적인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감사가 진행된다는 점은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입니다.
인사혁신처는 내년 상반기 중 행정안전부와 함께 추가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간부 모시는 날' 경험률 추세 등을 분석하고 철저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최동석 인사처장이 밝혔듯이, 이 조치를 통해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 공직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공무원의 자긍심을 높이며 합리적으로 근무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를 통해 공무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그리고 상급자들 또한 구내식당 밥맛에 익숙해지며 직원들과 수평적인 관계에서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조치 확산에 따른 우려와 제언
다만, 이처럼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간부 모시는 날'이 사라진 자리를 메꾸기 위해 직속 부서나 실무자들이 간부의 의전 및 접대 비용을 모두 떠안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적인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만약 부서 운영비나 사적인 지출이 실무자 개개인에게 전가되는 방식으로 변질된다면, 이는 관행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불합리함은 해소되지 않은 채 오히려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사혁신처와 각 부처는 단순히 신고센터 운영에 그치지 않고, 부서 운영비의 투명성 강화, 합리적인 예산 집행 기준 마련, 그리고 무엇보다 상급자가 자신의 사비나 정당한 예산으로 직원을 대접하는 문화를 장려하는 등 후속 조치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간부 모시는 날' 근절이 공직사회 전반의 긍정적인 문화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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