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하람 의원이 “세무조사보다 체납세금 추징이 국고 기여도가 더 크다”며 인력 재배치를 요구한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세무조사 담당 인원은 약 4,200명, 체납추징 담당 인원은 약 2,500명으로, 세무조사 인력이 약 1.6배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적만 놓고 보면 체납추징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세무조사를 통한 부과세액이 연간 5조~6조 원 수준인 반면, 체납세금 현금 정리액은 12조 원을 넘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세무조사보다 체납추징이 효율적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기 쉽지만, 실제 국세행정의 구조를 이해한다면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세무조사는 ‘세원 발굴형’, 체납추징은 ‘집행형’ 업무입니다
세무조사는 말 그대로 ‘세금을 새로 찾아내는 일’입니다.
기업의 회계 처리나 세무 신고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탈루 혐의가 있는 부분을 분석하여 세금을 새로 부과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아직 걷히지 않은 세원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반면 체납추징은 이미 부과가 확정된 세금을 실제로 징수하는 절차입니다.
다만, 체납자는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으로 납부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인력을 아무리 투입하더라도 현실적인 징수 한계가 존재합니다.
결국, 두 업무는 출발점부터 다르며, 단순히 “인력 대비 징수금액”만으로 효율성을 평가하는 것은 세무행정의 본질을 오해할 수 있습니다.
세무조사는 고도의 전문성과 분석력이 필요한 업무입니다
세무조사 대상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고액자산가 등 세무전문가가 다수 관여한 복잡한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회계법인, 로펌, 세무법인 등 전문가그룹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세무조사 공무원은 회계·법률·세법 등 다양한 지식을 동시에 활용해야 합니다.
즉, 세무조사는 단순히 장부를 보는 업무가 아니라
회계기준과 세법의 차이를 분석하고,
기업 간 거래구조를 추적하며, 법리에 맞는 과세근거를 명확히 제
시해야 하는 고난도의 전문 업무입니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세무조사 인력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인원 대비 부과금액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세무조사의 특성을 무시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체납추징 역시 중요하지만,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합니다
물론 체납세금 추징은 매우 중요한 업무입니다.
세무조사로 부과된 세금이 실제로 징수되지 않으면 국가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체납추징은 세무조사의 결과물을 집행하는 단계이므로, 세원 발굴 없이 추징만 강화한다면 결국 조세정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또한 체납추징은 업무 강도가 높고 현장 중심의 활동이 많아 상대적으로 기피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인력 단순 재배치보다는 조사와 징세 간 협업 구조 강화가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체납자의 재산 추적 정보를 세무조사 부서와 실시간으로 공유하거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체납 위험 예측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것입니다.
결론: 숫자가 아닌 ‘기능적 가치’로 평가해야 합니다
세무조사와 체납추징은 국세청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무조사는 세원을 발굴해 조세정의를 세우는 ‘예방적 기능’을,
체납추징은 부과된 세금을 회수해 실질적 형평을 실현하는 ‘사후적 기능’을 담당합니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두 업무가 조화를 이루어야 공정하고 투명한 조세행정이 완성됩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단순한 수치 비교보다
‘세무조사의 전문성과 체납추징의 실효성’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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