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인구감소 시대’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여전히 체감하는 건 “일자리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는 청년들의 외침입니다. 반면 공장은 사람을 못 구해 멈춰설 위기에 있다고 아우성이고 이미 농촌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의존하는 실정입니다. 이 역설적인 현상,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문제의 핵심: 왜곡된 인력 배분
KDI가 발간한 『인구감소 시대의 인적자원 효율적 활용 방안』 보고서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경쟁'이라는 명분 아래, 특정 학벌·직업·직군에 청년 인력이 집중되도록 유도해왔습니다. 그 결과, 의사·교사·사무직 등 선호 직종에는 인력이 넘치고, 제조·건설·돌봄과 같은 이른바 3D 업종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됐습니다.
이러한 과잉과 결핍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과 사람을 찾지 못한 일자리가 공존하는 ‘인력 미스매치’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산업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교육체계, 단기적인 성과 중심의 정책이 그 원인이죠. 우리나라 특유의 쏠림현상(좋게 말하면 '대세에 따름')과 일자리별 지나친 처우의 차이가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인구 감소 시대, 이대로면 더 심각해진다
지금처럼 특정 분야에만 몰리는 구조를 방치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맞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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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의 실업률 증가: 특별한 능력없이 성실히 입시경쟁을 해온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부족하고, 특정 기능인력들이 들어갈 자리는 넘쳐나지만 이러한 일자리에는 수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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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의존 심화: 3D 업종에 외국인 인력이 필수화되며 산업의 자립성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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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공백과 산업 붕괴: 숙련 인력이 부족해 국가의 제조·생산 경쟁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
해법은? 교육과 정책의 리셋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해법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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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교육 강화 및 전환 교육 확대: 청년들이 다양한 산업에 눈을 돌릴 수 있도록 직업교육의 질을 높이고, 전직이 쉬운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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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중심의 채용 전환: 학벌이 아닌 직무역량 기반 채용으로 기업 수요와 인재 공급을 맞춰야 합니다. 물론, 현재 기능인력들에 대한 외주/파견직을 통한 노동착취도 큰 문제입니다. 이런 인력들에 대한 처우는 그 능력에 비해 형편없으며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직군에 몸 담으려 하질 않습니다. 이러한 인력파견을 통한 편법(근로기준법 등)을 근절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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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력의 전략적 활용: 외국 인력을 단기적 대체수단이 아닌, 장기적인 산업 파트너로 바라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비자정책도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사회 구조를 바꾸는 용기
‘인구는 줄었는데 경쟁은 그대로’인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교육, 노동, 산업 정책이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지금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는 더 큰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젠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위해선 ‘다르게 사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축구 팀을 조직하는데 있어서 11명 모두가 특급 공격수 손흥민 같으면 좋은 팀일까요? 그 팀에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수비수도, 미드필더도 필요합니다. 당연히 조화롭게, 다양성 있게 나아가야 합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본 글은 KDI의 연구보고서 『인구감소 시대의 인적자원 효율적 활용 방안』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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