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라도 더 크고 싶다.”
이 단순한 바람 하나가 수천만 원을 들이게 만들고, 정상이란 이름의 경계선에 서 있는 아이들을 ‘질병 환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키 크는 주사가 아닌 질환 치료제’임을 명확히 하며, 과대광고 단속에 나섰습니다. 성장호르몬 제제는 성장호르몬 결핍, 터너증후군, 특발성 저신장증 등 질환 치료 목적에 한해 사용되어야 하는 전문의약품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건강한 아이에게도 맞혀요” — 의료와 상업의 경계가 무너진 곳
보건당국과 방송 취재 결과, 정상 성장 범위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일부 병의원에서는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을 권하고 있었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일부 의료기관이 여아의 초경을 늦추기 위한 호르몬성 항암제 투여까지 제안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약물은 암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고위험 치료제이며, 소아 안전성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의료 환경은 ‘성장’이라는 단어 뒤에 상업적 유혹과 사회적 압력이 교차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키 크는 주사’에 쏟아붓는 비용이 수천만 원에 이르지만, 부작용이나 장기적 영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왜 우리는 ‘1cm’에 이렇게 집착할까?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외모지상주의와 성공=스펙이라는 공식을 강요해 왔습니다. 키는 그중에서도 변화를 줄 수 있는 ‘수치’로 여겨졌고, 스펙처럼 관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입시, 취업, 심지어 결혼시장까지, ‘더 크면 유리하다’는 인식은 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불안을 기반으로 한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성장호르몬 주사 시장은 불과 5년 사이 2.5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이쯤 되면 의학적 필요라기보다, 심리적 강박과 사회적 평균 올려치기가 더 큰 원인이 아닐까요?
비정상의 정상화, 우리는 멈춰야 합니다.
유럽과 북미의 의료진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 “성장호르몬은 분비 이상이나 의학적 질환에만 사용해야 하며, 장기적 영향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건강한 아이에게 무분별한 호르몬 투여는 심리적 학대에 가깝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키’를 미래 자산으로 계산하고, 부모는 아이의 10년 뒤를 위해 지금의 건강과 심리를 담보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지켜야 할 건 아이의 자존감, 자연스러운 성장, 그리고 몸과 마음의 건강이 아닐까요?
우리의 아이는 이미 충분합니다
아이의 키가 아니라, 불안을 자극하는 사회와 과장된 기준이 문제 아닐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이를 ‘성공시키는’ 선택이 아니라, 아이를 ‘존중하는’ 선택입니다.
건강한 아이에게 굳이 주사를 권유하고, 사회가 만든 기준에 아이를 억지로 맞추는 행위는 이제 멈춰야 합니다.
우리의 아이는 이미 충분히 소중하고, 충분히 잘 자라고 있습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2025.07.21)
KBS1 ‘추적 60분’ 보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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